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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뉴욕] 감탄이 절로나오는 식감! 뉴욕 미슐랭 1스타 라베이유 리뷰

오들 :) 2023. 3. 11. 11:05

안녕하세요 오들입니다. 급하게 다녀오느라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은 미리 예약하기가 어려웠지만 다행히 미슐랭 1스타로 보니 오히려 3스타 업장들보다는 예약이 비어있었어요. 고심 끝에 고른 라베이유(l'abeille)에서의 식사 리뷰 공유드려요. 

 

 

뉴욕 맨하탄의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라베이유는 트렌디한 소호와 고급스러운 트라이베카 사이에 자리하고 있고요, 허드슨 강 근처라 식사 전후에 가볍게 야경 감상도 가능해요. 확실히 거대한 3스타 업장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오히려 프라이빗한 느낌이 드는 고급스러운 공간이었고 평일 저녁임에도 굉장히 손님들이 많아서 여기가 뉴욕 핫플이구나, 싶더라고요. 한눈에 봐도 관광객들보다는 지인들과 모임을 갖거나 연인끼리 데이트를 하는 현지인들 및 단체로 온 비즈니스 디너 손님들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1스타 답게 직원분들도 상당히 프로페셔널하셨고 친절하면서도 기품 있는 서비스로 자리에 안내 받았어요. 몇년 전 뉴욕에서 모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에 갔을 때는 생각보다 수더분한(?) 서비스가 좀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는데요, 라베이유는 서비스로 치면 여느 3스타 못지않게 정중한 느낌이었고 테이블 수에 비해 직원분들도 꽤 많이 계셔서 세심하고도 극진한 서빙을 받고 왔네요.  

 

 

오픈 키친 바로 앞에 앉아서 코스 내내 준비하시는 모습을 직관할 수 있었고요, 준비하는 과정마저 코스의 일부처럼 정성스럽고 깔끔하게 진행하셔서 더 믿음이 가더군요. 흔히 티비에서 보는 욕설이 난무하거나 시끄러운 키친이 아닌, 바쁘지만 차분하고 조리 과정 하나하나 정돈된 계획대로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고많은 1스타 레스토랑 중 라베이유를 고른 이유는요, 셰프님이 제가 좋아하는 조엘 로부숑 레스토랑 출신이시고 일본 파인다이닝 테크닉을 프렌치에 접목시키신다고 해서 관심이 갔네요. 개인차가 있겠지만 저는 유럽보다 오히려 일본에서 경험한 파인다이닝에 상당히 만족했었거든요.

 

 

저희는 데구스타시옹(degustation)메뉴를 주문했고요, 2023년 3월 기준 1인당 225달러(+세금과 팁)의 메뉴입니다. 첫 메뉴는 푸아그라 푸딩이었어요. 푸아그라의 맛과 향은 살리면서 느끼함을 빼고 담백한 일식 계란찜 느낌의 식감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위에 가니쉬는 고구마 칩이에요. 우리나라 분들에게는 좀 너무 익숙하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생소한 식재료겠죠.  

 

 

다음은 알래스카 게살을 이용한 요리인데요, 왼쪽은 가벼운 소스를 곁들인 큼지막한 게다리살 조각이고요 오른쪽은 예쁘게 꽃모양을 낸 채소 및 과일조각과 게살 샐러드를 얇은 파이 크러스트에 얹어 준비해 주셨어요. 파인다이닝의 상징 풍성한 거품토핑도 놓칠 수 없죠.

 

 

개인적으로 조금 더 간을 해도 좋았을 것 같은 살짝 심심한 맛이었지만 아마 고급 게살의 단맛을 가리지 않으려고 일부러 가볍게 맛을 낸 느낌도 들었어요. 단순 게살만이 아닌 과일과 야채 토핑의 아삭한 식감과 얇은 파이 크러스트의 바삭한 식감을 더해 전체적으로 신선한 인상을 주는 요리였습니다.

 

 

파인 다이닝이라면 고급 버터와 맛좋은 빵도 빼놓을 수 없죠. 바게트와 잡곡빵을 받았는데요, 당연히 리필도 되고 저는 극강의 고소함을 자랑하는 잡곡빵에 더 손이 가더라고요. 버터는 무려 김을 섞은 시위드 버터(seaweed butter)를 제공 받았는데요, 말차가 연상될만큼 시원하고 상큼한 향이 일품이었습니다. 이런 버터는 저도 처음이라 맛을 설명드리기가 어렵지만 정말 맛있었어요.

 

 

다음은 무려 꿩고기(pheasant) 요리인데요, 일식 다시를 연상시키는 콘소메를 곁들여 줍니다. 콘소메 맛이 좀 많이 진해서 개인적으로 극호는 아니었는데요, 꿩고기가 너무 부드럽고 훌륭하게 조리되어 남편과 감탄하며 먹은 요리입니다. 아마 제가 먹어본 꿩 요리 중 역대급일 것 같아요. 부위가 다른 두 피스를 주시는데 처음에는 이게 생선인가 오해했을 정도로 부드럽고 먹기좋게 만드셨어요. 이 코스에서 세번째로 인상 깊었던 요리입니다.

 

 

다음은 일본에서 수입해온 고등어(spanish mackerel)와 구운 리틀 젬 양상추(little gem lettuce) 요리인데요, 굳이 일본에서까지 고등어를 왜 수입해왔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마 미국 현지인들은 이국적이고 특별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일 것 같아요. 일본에서 고등어라면 저렴한 백반집에서나 먹던 저에게는 솔직히 파인다이닝에 걸맞는 고급요리로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식감 자체는 매우 훌륭했고요 곁들여 나온 리틀 젬 양상추와 레몬조각 역시 알맞게 구워주셔서 기분좋게 먹을 수 있었어요.

 

 

대망의 메인 고기요리입니다. 서플리먼트 요금을 추가하면 A5 와규 스테이크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지만 처음 방문해보는 업장이라 굳이 추가해서 먹지는 않았어요. 이 요리는 사슴고기(venison saddle)와 화이트 아스파라거스이고요, 사슴 중에서도 특히 부드럽고 지방함량이 낮은 부위를 사용했다고 해요. 스테이크 위에 있는 크러스트는 버터의 풍미가 상당히 강한, 소보루 빵 윗부분의 최고급 버젼이라고 할 수 있는 토핑이고요, 고기와 패스츄리의 조합이 고든램지 셰프님의 비프 웰링턴을 오마주한게 아닐까 싶은 인상을 주는 요리였어요. 

 

 

지방 함량이 적은 부위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식감의 대가답게 부드럽게 고기를 잘 익혀 주셨고요, 작은 조각으로 보이지만 든든하게 코스를 마무리해주는 요리였습니다. 코스 전체에서 두번째로 감명 깊었던 요리에요.

 

 

이제 메인 코스는 끝났고 디저트 코스의 시작입니다. 가볍게 입가심용으로 키위 소르베가 나왔어요. 상큼하지만 크리미한 소스를 더해 작지만 특별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답니다. 말린 키위조각도 바삭하니 맛있더라고요. 정말 식감의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신경쓰시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시그니처 디저트인 허니 오렌지 블로썸입니다. 셰프님 이름에 미츠(꿀)라는 글자가 들어가는데요, 그래서인지 꿀맛 아이스크림 위에 벌집모양의 비스킷을 얹은 모습이죠. 아이스크림도 맛있고 마시멜로우도 맛있고 크림도 좋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저 벌집모양 비스킷에 감동했답니다. 고급 꿀향이 정말 강하게 베인 맛인데요, 버터를 넉넉하게 사용해서 풍미도 좋고 흔히 맛볼 수 없는, 말 그대로 꿀맛의 비스킷이어서 정말 맛있게 먹고 왔네요. 

 

 

너무 예뻐서 먹기가 아깝다는 생각은 3초 정도 했고요, 너무 맛있어서 순삭하고 왔습니다. 네, 이 코스의 최강자는 바로 디저트 코스에요.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니까요. 저 벌집 비스킷은 따로 팔면 사왔을 것 같아요.

 

 

이건 보너스로 생일 케이크를 주셨는데요, 예약할 때 생일이나 결혼 기념일이라고 하시면 이렇게 작은 케이크를 줍니다. 이 아이도 정말 맛있어요. 여긴 진심 디저트 맛집이에요. 초도 엄청 고급스러운 초로 주시고 케이크 역시 역대급으로 꼽을 수 밖에 없는 수준입니다. 초콜렛의 맛도 훌륭하고 식감도 부드러워요. 심지어 초콜렛 가니쉬마저 맛있었어요. 바삭하게 입으로 들어가서 쫀득하게 녹는 매력이 일품입니다. 

 

 

상당히 만족스러운 식사였고요, 무엇보다 재료 하나하나 최상의 식감을 살린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식감에 있어서 엄청난 테크닉을 보유하고 계신 분 같아요. 굳이 단점을 꼽자면 간이 좀 심심하다는 정도일까요. 예약을 하고 가시면 코스메뉴만 주문이 가능하시고 (125달러대의 쇼트코스도 있어요) 예약 없이 바에서 식사를 하면 단품메뉴로도 주문 가능한 것 같아요. 뉴욕에서 이 가격대에 수준급 데구스타시옹 메뉴를 맛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되고요, 뉴욕에서 보다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싶으신 분들은 코스 대신 바에서 단품메뉴만 맛보고 오셔도 충분히 가치있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