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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도쿄] 철판구이의 정석 - 우카이테이 긴자점 본문

도쿄

[고급도쿄] 철판구이의 정석 - 우카이테이 긴자점

오들 :) 2022. 12. 12. 16:14

안녕하세요, 오들입니다. 지난번에 이어 도쿄 긴자 맛집을 더 소개해 드릴게요. 긴자는 항상 사람이 많아서 복잡하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고급스러운 맛집도 많은 곳이죠. 오늘은 조금 (많이) 예산을 높여서 1인당 4만엔 이하 정도 되는 선에서 추천해 드릴만 한 곳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긴자는 긴자인지라 최고급 식재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리고 그만큼 가격도 비싼) 식당들이 많지요. 오늘은 그 중에서 와규 철판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우카이테이라는 식당을 소개해 드릴게요. 엄밀히 말해 파인 다이닝으로 분류되지는 않겠지만 가격대로 보나 요리와 서비스의 수준으로 보나 파인 다이닝에 밀리지 않는 곳입니다.

 

 

[직딩의 도쿄] 현지인의 긴자 맛집 1

안녕하세요, 오들입니다. 오늘은 도쿄 긴자의 맛집들을 몇곳 소개해드릴게요. 7년 넘게 직장생활을 한 곳이라 미운정 고운정이 많이 든 곳입니다. 이제 더 이상 도쿄에 살지 않으니 정확히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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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 우카이테이 銀座うかい亭 (지도)

 

 

도쿄 총 세군데 지점이 있는 우카이테이입니다. 긴자와 롯본기, 오모테산도 (부자동네에만) 딱 세군데 있어요. 고급 철판구이로 유명합니다. 현지인들에게 도쿄에서 최고급 철판구이를 먹으려면 어디를 가면 되냐, 고 물으신다면 십중팔구 우카이테이를 이야기할 겁니다. 예약은 물론 필수이고요, 저희는 저녁코스로 먹고 왔어요. 넓찍한 홀을 지나 개인실로 안내를 받았고요, 셰프 한분이 전담해서 요리해주시는 방식입니다. 서빙해 주시는 분들은 따로 있어요. 가격대가 있는 만큼 재료도 신선하고 어디하나 빈틈없이 서비스를 해주세요. 

 

 

 

자리에 앉으면 이미 그날의 재료가 철판 너머 얼음 디스플레이에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들어가자 마자 대궐같이 넓은 내부에 한번 놀래고 빛깔좋은 재료에 한번 더 놀래요. 

 

 

참고로 인테리어는 레트로 느낌이 강한데요, 아주 전통적인 일본식이 아니라 약간 개화기 느낌(?)의 서양 문물을 막 들여온, 일본 부자 할아버지의 어딘가 조금 촌스럽고 기묘한 분위기의 집에 놀러온 느낌입니다. 세련된 느낌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대하실 만한 전통 일본식도 아니라서 내부장식은 조금 애매하긴 합니다만 음식은 정말 맛있어요.

 

 

싱싱한 연어는 캐비어를 얹어 얇게 카르파치오로 해주셨어요. 일본 사람들 카르파치오 정말 좋아합니다. 사시미의 서양식 버젼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아님 사시미만 먹다가 질리면 카르파치오를 가끔 먹는건지도 모르겠네요. 원래 이탈리아 요리지만 여기 뿐만 아니라 웬만한 서양식 느낌의 비스트로나 레스토랑, 브런치 카페에 가도 카르파치오를 심심치 않게 보실 수 있을거에요. 사시미 레벨의 생선이 대량 유통되는 나라이니만큼 신선도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탈리아 밖에서 괜찮은 카르파치오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이겠군요.  

 

 

뜨거운 돌 위에 서빙해주시는 조개구이도 비리지 않고 깔끔하고 훌륭한 맛입니다. 이 식당의 특징은 양념이나 조리법 자체가 정도를 지켜서 재료 본연의 맛을 끌어내는 것에 집중하신 것 같아요. 복잡한 소스와 어디서도 맛본 적이 없는 창의적인 맛을 내기 보다는 최상의 재료를 가장 맛있게 요리해 내는 것에 우선을 둔 느낌입니다.

 

 

흰살생선 역시 깔끔하고 부드러워요. 그냥 요리해 주신 게 아니라 고급 소금으로 생선을 통채로 감싸서 철판 위에서 천천히 익혀 주셨습니다. 물론 맛도 맛이지만 보는 즐거움도 배가 되었던 것 같아요.

 

 

버터소스로 맛을 낸 랍스터는 맛도 식감도 훌륭했습니다. 요리가 하나하나 다 맛있어서 다음 코스로 갈 때마다 기대가 점점 부풀어 올랐어요.

 

 

 

드디어 대망의 와규 스테이크입니다. 오늘 코스의 꽃이라고 할 수 있죠. 양이 적다고 느끼시겠지만 일본에서 이 정도면 매우 당연한 양이에요. 그만큼 비싼 고기이기도 합니다. 정말 버터를 베어 문 듯 풍부한 육즙이 주르르 흘러나오고요, 입에서 그냥 녹아서 사라집니다. 물론 더 먹고 싶긴 하지만 기름기가 매우 많은 요리인만큼 이 정도 먹고 넘어가는 것이 건강에는 좋을 것 같기도 해요. 와규만 실컷 드시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조만간 도쿄 와규 코스 포스팅도 준비하겠습니다.

 

좋은 건 한번 더 보고 가세요.

 

 

다음은 마츠타케를 얹은 식사입니다. 단순히 버섯을 올린 밥이 아니라 밥알 하나하나에 마츠타케의 향이 고스란히 베어있어 밥 자체가 요리입니다. 

 

 

식사를 마치면 자리를 옮길 수 있게 안내해 줍니다. 디저트와 티가 코스에 포함되어 있는데요, 디저트 수준도 상당합니다. 웬만한 고급 베이커리 뺨치는 수준의 몽블랑과 롤케이크, 커스타드 푸딩을 맛봤어요. 우리나라에서 몽블랑, 하면 전혀 다른 빵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일본에서는 밤크림을 얇은 파이핑으로 얹은 부드러운 케이크를 말합니다. 이 몽블랑 케이크 역시 웬만한 양과자점에 가시면 항상 있는 주요 메뉴입니다. 저도 참 좋아해서 자주 사먹었어요. 

 

 

커스타드 푸딩 역시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디저트 중 하나지요. 실키한 식감과 신선한 계란의 녹진함이 달콤쌉싸름한 시럽과 어우러져 상당히 고급스러운 맛을 선사합니다. 일본을 떠나 가장 먹고 싶었던 디저트 중 하나가 바로 이 커스타드 푸딩이에요. 슈퍼나 편의점에서 사먹는 백엔짜리 커스타드 푸딩도 충분히 맛있으니 일본에 가시면 한번 드셔보세요. 

 

 

이 정도만 먹어도 충분한데 쁘띠푸르까지 줍니다. 물론 하나하나 다 맛있어요. 가격은 현재기준 저녁이 삼만엔 정도 하는군요. 환율을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녁이 부담스러우시면 이만엔 이하의 점심코스를 드시고 오셔도 좋을 것 같아요. 포스팅하면서 보니 정말 괜찮은 코스였네요. 도쿄에 살때 더 자주 갈걸 그랬습니다.

 

 

銀座うかい亭:メニュー - うかい

非日常の空間、最上級の鉄板料理、そしておもてなし“うかい文化”のひとつの頂き「銀座うかい亭」公式ホームページ

www.ukai.co.jp

 

오늘은 도쿄 긴자의 전통적인 철판구이 맛집 우카이테이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예산에 여유가 있으시고 철판구이를 좋아하신다면 강력하게 추천드리고요, 손님들은 주로 젊은 사람들보다는 연세가 있는 분들이 많이 보였네요. 현지인과 관광객에게 인기가 있는 맛집이라 외국인 손님 응대도 어느 정도 가능한 것 같았어요. 일어를 못하는 분들과 함께 갔었는데 영어로 기본적인 메뉴설명은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일어로 소통하시면 더 재미있긴 합니다. 사실 철판구이라는게 비단 음식만 먹는게 아니고 만드는 과정을 눈 앞에서 보며 셰프님의 입담을 즐기러 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면에서 외국인 관광객으로 가시는 분들은 약간의 손해를 보는 기분이실 수 있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시더라도 음식만큼은 정말 괜찮다는 점 참고 부탁드릴게요.

 

굳이 파인 다이닝 및 카이세키와 비교를 하자면 플레이팅엔 힘을 좀 뺀 대신 요리가 바로 앞에서 서빙되는 만큼 현장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재미가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키친에서 핀셋으로 정성스레 꾸미는 파인 다이닝이나 카이세키 보다는 눈앞에서 살짝 급하게 세팅해주시는 만큼 화려한 꽃장식이나 조화롭고 아기자기한 전통 그릇들은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가성비를 따지지 않으신다면 충분히 만족하고 오실 수 있어요. 특별한 기념일에 여행가시거나 고급 철판구이의 정석을 경험해보고 싶으시다면 우카테이가 제격입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