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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유럽] 유럽에서 오페라 보기 3 - 나폴리의 오페라

오들 :) 2022. 11. 9. 23:15

안녕하세요, 오들입니다. 유럽 오페라 마지막 포스팅이네요. 이탈리아에서 제일 유명한 오페라 극장은 밀라노에 있는 라 스칼라 극장이지만 저는 안타깝게도 밀라노에 오프시즌인 여름에 가서 오페라 공연은 볼 수가 없었어요. 대신 가을에 간 나폴리에서 드디어 이탈리아의 오페라 극장을 가 볼 수 있었답니다. 라 스칼라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그만큼 티켓팅이 쉽다는 장점이 있지요.

이탈리아 나폴리: 산카를로 극장 Teatro di San Carlo (지도)

 

산카를로 극장 · Via San Carlo, 98, 80132 Napoli NA, 이탈리아

★★★★★ · 오페라 극장

www.google.com

 

장단점 먼저 설명드릴게요.


장점:

  1. 라 스칼라 극장보다는 저렴
  2. 티케팅도 경쟁이 덜한 편
  3. 유서깊은 오페라 극장 (무려 나폴리 왕이 앉던 자리 구경 가능)
  4. 이탈리아의 오페라 가수들 총출동

단점:

  1. 나폴리 자체는 도시관리가 잘 되어 있지 않아서 주변 환경이 충격적으로 엉망입니다. 쉽게 말해 나폴리는 1박을 하실만큼 예쁜 도시는 아니다, 이런 이야기. 피자가 맛있고 물가가 저렴하지만 그게 나폴리의 유일한 장점이에요.

예매: 공식 홈페이지에서(https://www.teatrosancarlo.it/) 예매하시고 인쇄해 가시면 됩니다.

 

Teatro di San Carlo - Prossimi Spettacoli

 

www.teatrosancarlo.it

저희는 여기서 로망의 박스석에 앉아보는 꿈을 이루었는데요, 인당 90유로 정도 지불했어요. 라보엠은 제가 좋아하는 오페라이고, 몇몇 장면들의 무대예술이 화려할 만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티케팅했네요. 90유로가 전혀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습니다. 박스석 티켓을 보여주니 직원이 정중하게 자리까지 에스코트도 해주고 문도 열어주더군요. 순식간에 VIP가 된 기분을 느끼실 수 있어요. 박스석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모르는 분들과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오페라를 보는 것이 애매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저희 옆에 현지인 중년부부가 조용히 관람하고 가셨는데요, 저희가 너무 대놓고 외국인이라 그분들도 조금 뻘쭘해 하시는 것 같았어요(그냥 기분 탓일수도...). 이탈리아어를 할 줄 알았더라면 말이라도 조금 붙여보는 건데, 아쉽습니다. 저희는 딱히 신경쓰이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유드립니다. 

 

라보엠은 많이 슬픈 오페라인데요,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푸치니의 작품입니다. 노래도 이탈리아어로 부르죠.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노래로 들어서 더 몰입이 되었는지 주르륵 눈물 흘리며 봤습니다. 그만큼 감동적이었어요. 비엔나 오페라 싱어들은 작은 실수 하나 없이 예술적으로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어주었다면, 이탈리아의 오페라 싱어들은 감정을 흘러 넘치게 담아 노래하는 것 같더군요. 라보엠에서 유명한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Si. Mi chiamano Mimi) 한번 들어보시면 어떤 분위기의 오페라인지 감이 오실 것 같아요.

 

오른쪽에 보이는 커다란 박스석이 나폴리 왕이 앉던 자리래요. 가장 비싼 자리입니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역사가 궁금해졌는데요, 나폴리 지역은 옛날에 왕국이었다고 하네요. 이 오페라 극장에는 왕의 자리가 있습니다. 물론 예매도 가능한 자리에요. 저희는 일반 박스석에서 관람했지만 옛 나폴리 왕국의 영광을 직접 느껴보고 싶으신 분은 예매 도전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왕자리.

오페라 극장 네 곳을 살펴 보았는데요, 굳이 이 안에서 제 맘대로 비교를 하자면,

  • 극장의 아름다움: 비엔나 오페라 - 프라하 국립 오페라 - 나폴리 산카를로 - 프라하 국립극장
  • 공연의 퀄리티:  비엔나 오페라 - 나폴리 산카를로, 프라하 국립극장 (동등)  - 프라하 국립 오페라
  • 가성비: 프라하 국립극장 - 프라하 국립 오페라 - 나폴리 산카를로 - 비엔나 오페라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고요, 공연에 따라 순위가 변동될 수도 있음을 참고해 주세요. 오페라를 가볍게 경험해 보고 싶으신 분들은 이미 여행 계획이 있으신 곳에서 가장 가까운 극장이 제일 좋은 극장일 것 같아요. 다 굉장히 높은 수준의 극장들이고 차이는 미미하다고 생각됩니다.

 

인터미션 때 극장에서 이어진 공원에서 찍은 카스텔 누오보에요.

나폴리에 대한 간단한 설명 드릴게요. 피렌체나 베니스, 로마, 밀라노처럼 잘 정돈되어 있는 도시는 아닙니다. 프라하나 비엔나와 비교해도 피자 맛집 찾아다니는 것 이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어요. 아말피 코스트나 카프리, 포지타노에 가시면서 한번쯤 들러보실 수는 있겠지만 다른 이탈리아 관광지 수준의 아름다움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에요. 저희는 먹을 것을 중요시하는 편이라 피자를 먹는 기쁨으로 마음을 달랬지만 피렌체와 베니스처럼 아름다운 도시를 기대했던지라 사실 충격이 좀 컸어요. 즉, 오페라 하나만 믿고 나폴리에 오시면 적잖이 당황하실 수도 있어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제가 보기에는 꽤 수준 높은 공연이었는데도 티케팅이 쉬웠던 이유가 이 점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드네요. 어찌보면 장점일 수도, 어찌보면 단점일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이건 추후에 나폴리 포스팅 하면서 더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마무리하면서 오페라 극장 어디에나 해당되는 (어찌보면 당연한) 팁 드릴게요. 인터미션 때는 항상 화장실 줄이 길어요. 화장실은 공연 전에 들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가급적이면 수분보충은 공연 후에 하시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리고 옷도 세미정장 내지는 적당히 갖춰입은 느낌이 나는 옷을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검사를 하거나 입장을 제지하지는 않지만 분위기가 청바지 입고 샌들 신고 오는 곳은 아니에요. 사진도 찍으시려면 기왕이면 다홍치마가 좋기도 하고요.

또 하나, 오프시즌인 여름엔 공연이 없어요. 유럽은 여름에 식당도 많이 문을 닫지만(주인도 종업원도 모두 여름 휴가를 갑니다) 공연은 아예 다 쉽니다. 공연을 보러 가신다면 여름은 피해주세요.

 

어디서 보건 유럽에서 보는 오페라는 특별하더군요. 이 오페라를 작곡한 사람의 나라에서, 이 오페라의 배경이 되는 문화 속에서 음악의 감동에 흠뻑 젖을 수 있다는 느낌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