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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삼림] 차찬텡, 어디까지 먹어봤니

오들 :) 2023. 5. 31. 10:16

안녕하세요 오들입니다. 홍콩은 모두가 인정하는 미식의 도시인데요, 딤섬과 완탕누들도 맛있지만 가벼운 분식집 느낌의 차찬텡에도 상당히 훌륭한 먹을거리가 가득하답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인 입맛에 찰떡인 차찬텡 메뉴 몇가지 소개해 드릴게요. 

1. 파인애플번 (보로바오/보로야오)

 

파인애플이 들어가 있는 빵은 아니고 모양이 파인애플처럼 울퉁불퉁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에요. 소보루 빵과 굉장히 비슷한 느낌이지만 더 부드럽고 버터향이 가득한 버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파인애플 번을 이미 아시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주문하실 때 빵만 주문하지 마시고 버터 한조각을 넣어서 주문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보로바오라고 하시면 그냥 빵만 나오고 (물론 그냥 먹어도 맛있긴 합니다만) 보로야오를 주문하시면 몇백원 더 받고 두꺼운 버터 한조각을 빵 사이에 넣어 줍니다. 이건 뭐 신세계죠. 따끈한 빵 사이에 살짝 녹은 버터가 풍미를 극강으로 끌어 올려주는데요, 저는 홍콩에 가면 제일 먼저 찾는게 보로야오에요. 가격도 13 홍콩달러 (한화 2000원선)로 저렴한 편이고요, 밀크티와 함께라면 한끼 아침식사로도 든든합니다.

 

 

보로야오로 유명한 차찬텡 중 하나가 Kam Wah Cafe & Cake Shop, 金華冰廳 라고 하는 곳인데 몽콕에 있습니다 (주소: 45-47 Bute St, Mong Kok, Hong Kong). 보로야오를 아마 여기서 다섯번 이상 먹어본 것 같은데 한번도 실망한 적이 없어요. 현지인들로 가득한 찐 맛집이라 더더욱 신뢰가 가요. 몽콕에 가실 일이 없으면 홍콩의 아무 차찬텡에서라도 꼭 보로야오는 드셔보세요.

 

2. 밀크티, 윤양차

 

 

밀크티는 홍콩 베이커리의 완벽한 짝궁이죠. 처음에는 설탕 없이 맛을 한번 보시고 설탕 추가하시는 것도 좋아요. 연유의 깊은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어요. 다 똑같이 생긴, 젖소가 그려진 컵에 담아주지만 가게마다 차의 향이라던가 연유의 비율 등이 조금씩 다르니까요 가시는 차찬텡마다 꼭 한번씩 시켜보세요. 저는 의외로 기대하지 않고 들어갔던 Men Wah Bing Teng 敏華冰廳 (체인점)의 밀크티가 제일 입맛에 맞았어요.

 

 

이번에는 밀크티 위주로 마시고 왔는데요, 혹시 밀크티가 지겨워지시거나 커피 좋아하시면 윤양차 (Yuanyang Tea, 鴛鴦)도 드셔보시는 것을 추천드릴게요. 가게마다 비율이 다르지만 밀크티:커피 비율이 7:3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는 맛이에요. 

 

 

밀크티 달게 드시고 싶으시면 설탕스틱 세개, 좀 덜 달게 드시려면 두개 넣으시면 됩니다. 이건 취향껏 조절하시면 되겠네요.

 

3. 에그타르트

 

에그타르트도 홍콩에 가면 무조건 하루에 한개는 먹는데요, 에그타르트 유명한 맛집도 많이 있지만 웬만하면 홍콩에서 갓구운 에그타르트는 다 맛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샛노란 에그타르트는 홍콩식이고 크렘브릴레처럼 위를 카라멜라이징해서 그을린 에그타르트는 마카오식인데요, 홍콩식 에그타르트는 계란의 부드러운 맛이 강조되었다면 마카오식은 좀 더 달달하고 크런치한 맛이 있어요.

 

 

길거리에서 갓구운 냄새가 나서 리뷰도 검색 안하고 먹어본 (그래서 식당 이름도 기억이 안납니다;) 홍달 8달러짜리 에그타르트에요.  당연히 맛있었고요, 현지인들이 슬리퍼 신고 나와서 주문해 가는 모습도 보이더군요. 이런 동네 맛집이 찐이죠.

 

 

이미 한국분들이 많이 아시는 bakehouse 에그타르트도 맛보고 왔어요. 홍콩에 여러 지점이 있고 명성대로 최고의 맛이더군요. 전통적인 차찬텡의 에그타르트보다 조금 더 고급 재료와 현대 베이킹 기술을 쓴 티가 납니다. 계란 본연의 맛을 바탕으로 훌륭한 커스타드와 크루아상을 연상시키는, 제대로 구운 파이크러스트의 조화가 환상적이에요. 갓구운게 맛있으니 배부르지 않을때 가셔서 사자마자 바로 드세요.

 

 

이게 바로 마카오식 에그타르트입니다. 이건 좀 식어있어서 막 맛있진 않았어요. 어딜 가시든 에그타르트는 역시 갓구운게 최고에요. 홍콩식 에그타르트는 단탓(daan tat), 마카오식은 포타(po tat, 포르투갈 식 타르트)라고 한답니다.

 

4. 홍다오빙 (hong dou bing, 紅豆冰)

 

 

홍콩처럼 덥고 습한 곳에서는 아이스 음료도 마셔줘야죠. 홍다오빙은 우유에 단팥과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마시는 음료인데요, 일반 우유를 넣어주기도 하고 요즘엔 코코넛 밀크, 판단 등 다양한 맛을 첨가한 버젼도 있습니다. 팥빙수의 음료수 버전 같기도 하죠. 사실 팥과 우유만 있으면 한국에서도 쉽게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음료이긴 합니다만 홍콩인들의 팥:우유 비율이 궁금하시면 한번쯤 드셔보시는 것도 좋아요. 아마 연유도 조금 들어간 맛인것 같긴 합니다.

 

5. 스크램블 에그 & 버터 토스트

 

이건 사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누들에 세트로 시켜먹다가 발견한 아이템이에요. 차찬텡에 가면 정말 다양한 세트메뉴가 있는데요, 주로 아침 및 점심시간 한정으로 굉장한 가성비의 세트메뉴를 맛보실 수 있죠. 누들 가격에 홍달러 10 정도만 더하면 훌륭한 토스트와 스크램블 에그까지 맛볼 수 있답니다. 가게마다 당연히 맛이 다른데요, 스크램블 에그가 확실히 집에서 해먹는 것보다 부드럽고 기름을 많이 쓴 (하지만 느끼하지 않은) 맛이에요. 

 

 

이건 홍차카페 (Red Tea Cafe, 紅茶冰室, 체인점)에서 먹은 버터 토스트와 스크램블 에그에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토스트 하나만으로도 뽕을 뽑는 메뉴입니다. 이렇게 버터리하고 훌륭한 토스트를 이렇게 말도 안되는 가격에 먹어도 되나, 은근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어요. 스크램블 에그 역시 친근하지만 매력적인 맛입니다. 여긴 체인점이니까 호텔에서 가까운 곳으로 가시면 되고요, 이걸 단품으로 시키진 마시고 꼭 누들이나 덮밥 메뉴에 추가해서 드세요.

 

6. 프렌치토스트

 

홍콩까지 와서 무슨 프렌치토스트? 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홍콩식 프렌치토스트는 계란을 입힌 식빵을 아예 튀겨서 나오는, 전혀 다른 맛이에요. 속에 피넛버터가 살짝 녹아서 한층 더 고소함을 더해준답니다. 

 

 

여러 차찬텡에서 프렌치토스트를 먹어봤지만 코즈웨이 베이에 있는 매치박스 카페 (Cafe Match Box, 喜喜冰室)처럼 두꺼운 빵과 버터의 풍미가 잘 어울리는 곳은 드물었던 것 같아요. 일반 차찬텡보다 조금 비싸지만 레트로 감성을 잘 살린 인스타 재질 인테리어와 고급스러운 프렌치토스트의 맛을 생각하면 충분히 방문가치가 있습니다. 

 

 

이렇게 프렌치 토스트가 나오면 가로로 두번, 세로로 두번 (즉 사각형 조각 9개가 나올 수 있게) 잘라 시럽을 뿌리고 버터를 곁들여 드시면 되요. 시럽 부먹 찍먹은 취향 존중합니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어요. 

 

 

한국에서 드시는 프렌치 토스트라기 보다는 달달한 튀김 간식, 프렌치 토스트처럼 생긴 도넛을 먹으러 간다, 라고 생각하시면 좋아요. 일반 차찬텡에서 프렌치 토스트를 한번 드셔보시고 매치박스와 비교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전통적인 프렌치 토스트도 굉장히 매력적이거든요.

 

 

솔직히 여기는 사진찍기 너무 좋은 곳이라서 음식 맛은 기대를 안하고 갔다가 놀란 곳이고요, 일반 차찬텡의 정신없는 분위기와 좁은 자리를 피하고 싶으시다면 강력 추천드릴게요. 

 

7. 사테누들

 

사실 오늘의 포스팅은 이 사테누들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준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홍콩식 인스턴트 라면 위에 단짠 양념의 고기 몇조각을 올려주는 게 전부이지만 정말 JMT에요. 고기가 정말 부드러우면서 양념도 잘 베어있어 맛있고요, 우리나라 라면보다 담백한 느낌의 라면과 아주 찰떡이죠. 저염식으로 드시는 분들께는 조금 짜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테누들은 홍차카페 (Red Tea Cafe, 紅茶冰室, 체인점)에 있는데요, 위에서 소개해 드린 스크램블 에그와 버터 토스트 세트로 39 홍달러입니다. 아침식사 및 점심식사 시간에 이 가격이고요, 미국돈 5달러도 안되는 가격에 정말 너무너무 훌륭한 한끼에요.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두번 간 곳이 바로 이 홍차카페 입니다. 두번 다 똑같은 사테누들과 에그스크램블 & 버터토스트 세트를 먹고 왔어요. 그만큼 개인적으로 강력하게 추천드리는 메뉴이고요, 다른 차찬텡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메뉴이니 꼭 한번 드셔 보세요. 

 

 

참고로 홍차카페의 메뉴판입니다. 홍다오빙 한잔이 30 홍달러인데 사테누들 세트가 39 홍달러면 정말 갓성비죠. 

 

8. 멕시칸 번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아이는 멕시코 번이라는 다소 특이한 이름의 빵인데요, 파인애플번보다 더 부드럽고 버터리한 빵이에요. 역시 홍차카페에서 먹고 왔고요, 이름의 유래는 아마도 멕시코에 다녀온 홍콩사람이 거기서 맛본 빵을 홍콩에 돌아와 재현해서 팔았다는 썰이 유력한것 같아요. 

 

 

이 자체로도 맛있지만 멕시코 번 안에 챠슈 필링을 넣어주기도 하는데요, 저는 이 버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잘 아시는 팀호완의 포크 바베큐 번과 굉장히 유사한 맛이고요, 굳이 팀호완까지 안가도 이렇게 차찬텡에서 손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죠. 편리성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굉장히 훌륭한 단짠의 맛이니 꼭 도전해 보시길 바래요. 

오늘은 홍콩 차찬텡에서 추천드리고 싶은 메뉴를 몇가지 소개해 드려봤는데요, 도전정신이 강하시다면 차찬텡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시고 옆에 앉은 현지인들이 많이 시킨 메뉴를 따라서 주문해 보시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