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낭만유럽] 이탈리아 - 피렌체 1

오들 :) 2022. 11. 5. 09:24

안녕하세요, 오들입니다. 오늘은 이탈리아 여행기를 들고 왔습니다. 3년 정도 유럽에 살면서 이곳저곳 여행다닐 기회가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이탈리아입니다. 프랑스 음식도 맛있지만 이탈리아 음식이 제 입에는 더 맞더군요. 버터의 풍미를 살린 음식(+갓구운 크루아상)을 좋아하신다면 프랑스, 지중해의 태양을 받고 자란 원재료의 싱싱함을 강조한 음식(+젤라또)을 좋아하신다면 이탈리아입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저의 원픽, 피렌체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피렌체 중심부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두오모가 보이기 시작한답니다.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주로 로마, 베니스와 밀라노를 생각하실텐데요, 피렌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여행계획을 짜시는 분은 드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로마는 일주일, 베니스 4일, 밀라노 3일만 생각했다가 베니스에서 로마 가는 길에 피렌체에 들려볼까? 라는 무지한 생각으로 이 아름다운 도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로마는 워낙 커서 일주일 정도 넉넉히 잡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만 예쁘기로 따지면 피렌체가 단연 1등이 아닐까, 감히 생각합니다. 베니스도 굉장히 예쁘지만 굳이 분류를 하자면 베니스는 젊고 자유분방하고 로맨틱한 느낌, 피렌체는 어딘가 어른스럽고 다른 도시에서 찾기 어려운 고풍스러움과 우아함이 (그리고 엄청 맛있는 스테이크가) 있습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도시 중심부에 있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입니다. 오후에 찍은 사진인데, 이 날 이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피렌체의 중심,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Cathedral of Santa Maria del Fiore (지도)
피렌체는 모르셔도 이 성당의 모습은 어디선가 한번쯤 보셨을텐데요, 피렌체는 도시가 오밀조밀 작은 편이라 걷기도 편하고 구경하기도 좋습니다. 중심부 어디에서도 보이는 이 성당이 흔히 두오모라고 말하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입니다.

 

 

제가 피렌체라는 도시를 처음 인지하게 된 건, 아마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가 출간 되었을 때 같아요. 제가 학생 때 나온 소설인데, 그때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신문에 실린 광고를 보고 아, 피렌체라는 곳이 예쁜 곳인가보다,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른이 되어 피렌체에 직접 와 보니 왜 여기를 배경으로 사랑에 관한 소설을 썼는지 저절로 이해가 되더군요.

 

디테일이 너무 예뻐요. 너무 예뻐서 당혹스러울 정도.

 

피렌체는 도시 구석구석이 그냥 다 너무 아름답습니다. 어느 것 하나 안 예쁜 구석이 없어요. 피렌체에 다녀 온 후에서야 냉정과 열정사이 소설을 처음으로 읽어봤는데요, 여행했던 추억도 새록새록 생각나고 감정 몰입도 잘 되더군요. 혼자서 피렌체 앓이를 하다 영화까지 몰아서 봤답니다. 이미 소설이나 영화를 보신 분들도 피렌체 여행을 하시고 한번 더 보시면 감동이 남다르실 것 같네요. 특히 이 두오모는 소설과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장소잖아요 (더 이상 스포하지 않겠습니다).

 

입장을 기다리며 찍은 사진입니다. 성당을 두르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지루하지 않아요.

두오모는 티켓을 사서 입장하실 수도 있고 무료로 입장하시는 것도 가능합니다. 줄이 다르니 서기 전에 잘 확인하시고 서세요. 줄 앞으로 가서 티켓줄인지 무료입장인지 확인하시면 됩니다. 저희는 우피치 미술관도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무료입장으로 볼 수 있는 부분만 보고 왔어요. 티켓을 사서 다 보고 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무료입장도 충분히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옛날에 사람 손으로 한땀한땀 이 천장벽화를 그렸다는게 경이롭지 않나요.

 

제가 건축이나 미술을 잘 모르지만 브루넬레스키의 돔은 그 자체도 건축학적으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하네요. 그 옛날에 이렇게 크고 튼튼한 돔을 기둥도 없이 지었다는 게 놀라운 일이지요. 돔을 장식하는 천장벽화는 아래에서 올려다 볼 사람들의 시선을 고려해서 그린 것 같아요. 돔 천장의 특성상 그림의 위치와 각도가 다른데도 어느 누구 하나 어색하게 크거나 작아 보이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신기했답니다.

 

 

워낙 커다란 성당이라 바로 옆에서 찍으면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이는 각도만 나오는데요 (물론 그래도 예쁩니다만) 멀리서 이런 사진을 찍으시려면 조금 걸어서 오블레이트 도서관 Oblate Library(지도)으로 가시면 됩니다. 물론 두오모가 보이는 호텔을 잡으셔도 좋겠지만 그러면 호텔 선택의 폭이 줄어드니까요 (호텔은 여기를 추천드려요). 개인적으로 저는 뷰가 멋진 호텔보다 접근성과 룸 컨디션이 좋은 호텔을 고르고 뷰가 좋은 식당이나 카페에 가서 사진을 찍는 것을 선호합니다. 피렌체는 신기하게 도서관에 가서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더군요.

 

바실리카 산타 트리니타의 천장이에요.


작지만 알찬, 바실리카 산타 트리니타 Basilica di Santa Trinita (지도)
이 성당은 페라가모 부티크를 구경하고 나오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들어가게 된 소규모 성당입니다. 겉모습은 평범하지만 성당 안 벽화가 기가막히게 아름답습니다. 심지어 입장료도 없어요. 꼭 들러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피렌체는 (과장을 조금 보태서) 걷고 있기만 해도 유럽의 귀족이 된 기분이 듭니다. 피렌체에 오신다면 예쁜 옷을 꼭 많이 챙겨오세요. 날씨 좋은 날에는 어디서 찍어도 인생사진 갱신하실 거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자*, 망*에서 저렴하지만 화려한 옷을 여행용으로 챙기는 것을 좋아해요. 여행중에 예기치 못한 상황들로 옷이 조금 상할 수도 있고 음식이나 와인이 튈 수도 있잖아요. 비싼 옷 말고 막 입을 수 있지만 기분 내기 좋고 화려한 옷 추천드립니다.

 

 

이렇게 입장료를 받지 않는 작은 성당들은 안에 들어가면 조명이 별로 없이 어두컴컴한 경우도 있습니다. 벽화마다 1-2유로를 투입하면 조명이 켜지는 작은 자판기 같은 기계가 있어요. 넣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옆에서 한 아저씨가 용기있게 동전을 투입해 주셨지요. 성당 안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관광객 마음은 다 똑같구다, 싶어 어쩐지 하나가 되는 듯한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이름 모를 관광객 분의 1유로 협찬으로 나온 사진.


굳이 쇼핑하지 않아도 한번쯤 들러볼만한, 산타 마리아 노벨라 본점 Officina Profumo - Farmaceutica di Santa Maria Novella (지도)
개인적으로 여행할때 기념품을 많이 사지 않는 편입니다. 흔히 말하는 '여기 가면 꼭 사야 하는 아이템!'으로 등장하는 제품이라도 집에 와서 안쓸 것 같으면 잘 안사게 되더군요.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제품은 아마 한국분들이라면 꼭 사오실 것 같아요. 저는 여기서도 지갑을 열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가 너무 아름답더군요. 제품에 관심이 없으셔도 들러보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웬만한 성당처럼 잘 해놨어요. 물건을 사라고 눈치를 주지도 않습니다.

 

이곳은 가게인가 성당인가, 합리적인 의심마저 든다니까요.
트렌트에 맞춘 인스타 감성 꽃장식도 있어요.

 

피렌체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 폰테 베키오 Ponte Vecchio (지도)

오페라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다리, 폰테 베키오입니다.

 

피렌체에서 다들 한번씩 꼭 들르는 유명한 다리에요. 굳이 들를 생각을 안하셔도 피렌체 구석구석 다니다 보면 자주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아르노 강에 있지요. 워낙 많이 알려져서 굳이 긴 설명을 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다리 안에는 휘황찬란한 보석가게들이 관광객들을 맞아주고 있어요. 다리 자체가 예쁘다기 보다는 다리 아래 흐르는 아르노 강과 어우러진 피렌체의 고전적인 풍경이 아름다워서 많이들 찾으시는 게 아닐까, 싶네요. 아르노 강은 피렌체 어디에서나 도보로 이동이 쉬운 편입니다. 일단 강가로 오셔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길로 따라오시면 그곳이 폰테 베키오에요.

 

아름다운 밤이에요.

 

저에게 있어서 폰테 베키오는 피렌체에서 꼭 들르고 싶은 곳 1순위였는데요,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의 아리아 가사에 이 다리가 등장하거든요.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o babbino caro) 라는 애절한 곡이고, 사랑을 위해 폰테 베키오에 가서 아르노 강에 몸을 던져버리겠다는 가사가 나와요. 찾아보니 잔니 스키키 자체가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군요. 들어보시면 아 이 노래, 하실거에요.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 아리아를 들으며 베키오 다리를 산책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았겠네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에서 음악을 들으며 이동하시는 것은 추천드리지 않을게요. 혹시라도 소매치기나 불쾌한 일을 당하실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안타까운 마음을 꾹꾹 누르며 호텔방에 돌아와서 연속재생으로 들었습니다.

 

우연히 들어간 백화점에서 구경을 하다 너무 정교하고 예뻐서 찍은 사진이에요.

 

피렌체는 너무 예뻐서 사진을 제일 많이 찍은 것 같네요. 한번에 다 보여드리기에는 양이 많으니 나눠서 포스팅할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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